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쓰는 글
지난 토요일에 할머니가 돌아가셔서 장례를 치렀어
끝내고 보니 새로이 깨닫는 것들도 있었고 가치 있는 시간이었어
입관하는 걸 이번에 처음 경험해봤어
안치실에 들어서던 순간의 생경한 감각을 아마 평생 못 잊을 거야
순식간에 공기가 바뀌는 느낌
누워있는 할머니를 보는데 뭐라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들더라고
지난밤에 고모가 말해준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어린시절 할머니와의 일화가 불쑥 떠오르고
울지 않을 줄 알았는데 정말 많이 울었어
솔직히는 나의 할머니였기 때문만은 아니었어
이 사람의 존재가 사라지는 거구나 라는 생각에 울었어
저기 누워있는 저 사람이 전혀 모르는 남이었어도 나는 울겠다 싶었어
이러니저러니 말해도 이별은 슬플 수밖에 없구나 슬픔은 전염이 되는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문득 허무함에 지금 당장 나도 죽어버리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어
그리고 이번에 첫째 고모의 아들을 처음 만났거든
내가 기억도 하지 못할 정도로 아주 어릴 적에 만난 적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내가 기억하는 한은 처음으로
쉰이 넘은 꽤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사촌오빠인데 결혼도 안 한 것 같고 어른들이 흘리는 말을 주워들은 걸로는 고모가 이혼하고 할머니 손에 컸다든가 어쨌다든가
이렇게 친척들이 모두 모여 왁자지껄한 시간을 보낸 적이 거의 없는 것 같더라고
그 사람의 말에서 표정에서 외로움이 드러나서 그게 조금 안쓰러웠지
타인의 인생을 내가 속단할 건 아니지만
그 사람의 인생이 불행하다 말할 생각도 없지만
행복한 순간들도 있었을 거야 불행뿐인 삶은 아니었을 거야
그럼에도 온전하게 행복한 사람을 찾기란 얼마나 힘든 일인가 우리 인생은 이렇게 불행과 행복이 공존할 수밖에 없구나 하는 생각에 씁쓸했어
어젯밤에는 한순간 스쳐지나갔던 죽음에 대해 생각하다 스위스에서 안락사하는 걸 목표로 살아볼까 싶었어
진지한 생각은 아니었지만 진심이었어
그럼 내 죽음은 어떻게 전해야 할까 친구에게 예약 메일을 남겨놔야하나 하는 생각을 지나쳐서 소식을 전해듣고 우는 엄마가 떠올라서 슬퍼졌어
남겨질 사람들이 떠안을 슬픔을 생각하고 내 장례식에 올 만한 모든 사람이 죽으면 나도 그때 죽을까 고민하다가 나는 이별이 슬퍼서 죽지 못하는 거구나 깨달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