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담

왜 항상 서러움은 뒤늦게 올까

玉秋牧 2024. 12. 2. 11:07

 
어제는 괜찮더니 오늘은 막 눈물이 나서 우는 중
 
지난달 15일 금요일에 소개팅을 했어
그랬다가 그날 많이 취했고 상대하고 잤어
다음 날 토요일에 또 만났고 또 잤어
이때까지만 해도 그 사람을 좋아한다는 생각은 안 들었는데 그 다음 주 수요일에 만났을 때 그 사람이 귀여워 보이길래 X됐다 라고 생각함
수요일은 그 사람이 자고 싶어했는데 내가 그냥 보냈고 금요일에 만나서 또 잤음
 
그러다 우리 관계에 좀 정리가 필요하겠다 싶어서 주말 내내 고민을 하다가 지난주 화요일에 만났을 때 진지하게 대화를 좀 나눴어
솔직히는 나는 상대에게 호감은 있지만 확신은 없는 상태였어
그래서 원래는 흘러가는 대로 둘 생각이었는데 토요일에 코치님 말씀을 듣고 우리 관계에 대해서 고민을 하게 된 거였어
토요일에 클핏 사람들하고 씬스 연극을 보고 저녁을 먹었는데 코치님이 나를 차에 태워주셨거든
돌아오는 길에 소개팅한 사람하고는 잘 되어가냐고 물어보시길래 뭐 그냥 만나고는 있다, 상대가 사귀자고 하면 사귈 것 같은데 내 마음에 확신은 없다 이런 이야기를 했어
그랬더니 코치님이 확신이 없는데 사귀는 건 아니지 않냐, 본인은 주혁이 이야기를 하면서 그렇게 울어놓고 내 행동에 상대방이 똑같이 상처받을 수 있다고는 생각 안 하냐고 하시더라고
머리가 띵했음
내 친구들은 내 입장에서만 생각해서 가볍게 한번 만나보는 것도 괜찮지~ 다 경험이야~ 하고 말해줬는데 코치님은 내 친구가 아니고 딱 제3자 입장에서 말해준 거잖아
내가 상대방 생각은 전혀 안 하고 있었구나 하고 약간 반성했고 주말 내내 고민하다가 그 다음 주 화요일에 만났을 때 이야기를 꺼낸 거였음
 
나는 내 마음에 확신이 없고 오빠 마음에도 확신이 없다
나는 오빠가 좋은 건지 아니면 오빠랑 술 마시고 놀고 자는 게 좋은 건지 잘 모르겠다
그런 부분에서 오빠랑 잔 걸 조금은 후회한다
우리가 그렇게 되지 않고 천천히 서로 알아갔으면 서로의 마음에 확신이 있었을 건데
또 한편으로는 이렇게 돼서 잘됐다는 생각도 든다
나는 소개팅을 하면 상대가 맘에 들었다가도 금방 마음이 식어서 흐지부지 끝나곤 했다
솔직히 오빠랑 첫날 그렇게 되지 않았으면 오빠하고도 두세번 만나다가 흐지부지 끝났을 것 같다
이렇게 오빠랑 만남을 계속 이어가게 된 부분에 있어선 오히려 잘 됐다는 생각도 든다
나는 오빠가 점점 더 멋있어 보이고 잘생겨 보이고 귀여워 보이고 그런다
오빠 마음은 어떠냐
 
내 마음은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 다 말했고 그 사람 생각도 들었고 천천히 서로에 대해 더 알아가보자 하고 이야기를 끝냈음
화요일에 이런 대화를 하고 헤어졌고 어제 만났단 말이야
 
어제 만난 이야기를 하기 전에 금요일에 ㅉㅁㅇ를 만나고 토요일에 ㅇㄷㄹ을 만난 이야기부터 해야겠음
목요일에 그 사람한테 삔또 상하는 일이 2개 있었음
금요일에 ㅉㅁㅇ하고 만나서 삔또 상했던 일 하소연도 하고 ㅉㅁㅇ 남친 이야기도 하고 잡담도 하고 그러다가 ㅉㅁㅇ가 남친하고 한 카톡을 보고서 내가 "너 남친 카톡 엄청 다정하게 하네?!" 이랬단 말이야
ㅉㅁㅇ가 내가 그 사람하고 한 카톡 보여줄 수 있냐고 해서 보여줬더니 ㅉㅁㅇ가 화냈음
카톡 보면 그 사람은 나한테 관심도 없고 나만 계속 질문하고 내가 그 사람한테 다 맞춰서 대화하고 나 혼자 매달리는 느낌이래
그러면서 너도 밀당 좀 하라고 만나서 못하겠으면 카톡으로라도 해야한다고 하는 거야
그래서 밀당은 어떻게 하는 거냐는 이야기를 하다가 그 사람한테 카톡이 와서 그때부터 물결이나 물음표까지 ㅉㅁㅇ가 시키는 그대로 보냄
 

 
그 사람이 빵 사준다는 말 안 하고 씻고 누웠어, 집이 최고다 이 말만 해서 ㅉㅁㅇ가 극대노함
진심 나 ㅉㅁㅇ가 그렇게 화내는 거 처음 봄
ㅉㅁㅇ가 직장생활 시작하고 요즘 성격 자체가 거칠어져서 그런 탓도 있겠지만 여튼 이 사람 지금 너가 빵 좋아한다는 거 씹고 자기 하고 싶은 말만 하지 않느냐고 엄청 화냄
그러면서 사준다는거지~? 하고 다시 보내고 빵집 링크 보내고 다음에 거기 가자고 보내라고 함
사실 나는 전혀 화가 안 나서 ㅉㅁㅇ의 반응이 조금 당혹스럽고 그걸 굳이 다시 물어본다고? 너무 빵에 미친 사람 같아 보이지 않을까 싶었지만 ㅉㅁㅇ가 강경해서 시키는 대로 보냄
빵 먹으러 가자는 답을 듣고서야 ㅉㅁㅇ는 만족해함
이 이야기를 토요일에 ㅇㄷㄹ을 만났을 때 했는데 ㅇㄷㄹ도 똑같은 포인트에서 화를 내길래 화나야 하는 게 맞는 거구나 했음
뭔가 나는 종종 다른 사람들하고 웃음포인트가 다를 때가 있는데 마찬가지로 화내는 포인트도 종종 달라서 친구들이 너는 가끔 화낼 일에는 화를 안 내고 이상한 데서 화를 낼 때가 있어 라고 하기도 함
여튼 그래서 어제 그 사람을 만나기 전에 이미 내 마음은 반쯤 뜬 상태였음
이 사람 나한테 관심도 없고 나를 안 좋아하는구나 싶었고 이 사람하고 사귀면 오히려 더 외로워지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어
 
그랬는데 막상 또 어제 만나니까 그사람이 너무 멋있어 보이더라고
1시에 만나서 점심 먹고 산책 좀 하고 포켓볼 치고 차에 타서 이제 뭐할까 하는 이야기를 하다가 내가 카페 갈까? 할 거 없으면 카페가 제일 만만하지 라고 했는데 그 사람이 사실 나는 하고 싶은거 있는데 하고 섹스각을 재는 거야
솔직히 시발 나도 졸라 하고 싶었음
졸라 하고 싶었지만 전전날, 전날에 ㅉㅁㅇ랑 ㅇㄷㄹ에게 그 사람하고 더 이상 자지 말라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고 ㅉㅁㅇ는 너가 그 사람하고 하고 싶더라도 그 사람이 너를 삔또 상하게 하면 자면 안 되는 거야 라고 까지 했음
그 덕에 겨우겨우 성욕을 억누르고 이성을 되찾고 오빠는 나를 좋아해? 오빠 마음은 뭐야? 하고 물어봄
그랬더니 좋아하니까 만나지~ 좋아하니까 시간 내서 같이 있는 거고~ 이 지랄함
지가 나를 정말 좋아하면 나는 이제 내 마음에 확신이 있다, 너가 좋다, 사귀자 하고 우리 관계를 확실하게 정립하는 게 우선 아니야?
아직 확신이 없는 거면 섹스각을 재지 말아야 하는 거 아니야?
화요일에 천천히 알아가보자는 이야기를 하고 뭐 시발 10번을 더 만났니 5번을 더 만났니 하다 못해 두 번을 더 만났니
진지하게 그런 대화를 나누고선 그 바로 다음 만남에서 또 섹스하려고 하는 게 말이 되냐고
이건 그냥 나에 대한 존중도 없는 거고 나를 썸타는 사이라고도 생각 안 하는 거고 섹파 정도로 여기는 거지
그래서 또 다 솔직하게 이야기했어
 
나는 오빠가 나를 좋아해서 만나는 게 아니라 나랑 자려고 만나는 것 같다
오빠는 나한테 관심도 없고 나랑 있는 게 재밌어 보이지도 않고 다른 사람들하고 술 마시고 노는 게 더 즐거워 보인다
오빠는 술 마셨을 때만 다정하고 그럴 때만 애교부리고 귀여운 척하고 또 이럴 때만 애교부리고 그런다
아니라고 할 수 있냐 내 눈 보고 말할 수 있냐
 
이렇게 따지니까 솔직히 아직 나를 그렇게 좋아한다고는 할 수 없고 만나다보면 점점 좋아지겠지 했었대
그 사람이 나를 좋아하는 게 맞다고 거짓말했으면 그 사람의 행동 하나하나를 다 따지며 화를 냈겠지만 솔직하게 말하니까 더 할 말도 없더라
둘 다 잠시 말이 없다가 그 사람이 집에 데려다주겠다고 해서 나 사는 원룸 주차장에 정차하고 짧게 대화함
그 사람이 기분 상했냐고 미안하다고 하길래 그건 아니라고 했다가 맞아 솔직히 기분 좀 안 좋아 하고 말함
그러고 또 잠시 침묵하다가 다음에 연락하라고 하고 차에서 내리고 헤어짐
 
나는 그 사람이 어제 내게 연락을 하겠지 했었어
전화를 주든 아니면 카톡을 하든 어제 상황에 대해서 제대로 사과를 하고 앞으로 우리 관계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 나랑 이야기를 나눌 줄 알았어
이대로 끝내자든가 아니면 진지하게 몇 번 더 만나보자든가 어느 쪽이든 간에
그런데 결국 연락은 없었어
나는 그냥 그렇구나, 이걸로 끝인 거구나 했어
그랬는데 오늘 일어났는데 눈물이 막 나기 시작함
내가 그 사람을 너무 좋아해서, 그 사람과의 관계가 끝난 게 슬퍼서 그런 게 아니라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하는 내가 너무 비참하고 서러워서 눈물 나
내가 그렇게 매력이 없나 싶고
하 시발 오늘부터 다시 운동이나 열심히 해야지
일기를 쓰다보니까 오늘 9시 12분에 그 사람한테 출근 잘했냐고 카톡이 오긴 했는데 안읽씹하다가 오후에 읽씹하고 그냥 그렇게 끝내려고
주혁이도 아닌 새끼가 시발 뭣도 아닌 놈이 나를 이렇게 대하니까 개빡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