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ㅇㅅ하고 대화를 하다가 깨달음까지는 아닌데 하나 느낀 게 있어
월요일 아침에 그 사람이 출근 잘했냐고 카톡 보낸 거 읽씹했더니 그날 밤에 카톡이 또 왔단 말이야
나는 이 카톡을 보고 쪼끔은 마음이 풀렸었단 말이야
아무래도 주선자도 중간에 엮여있고 해서 자기가 쓰레기 될까 봐 사과했나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어쨌든 사과를 하니까
그런데 친구들한테 이것도 읽씹하냐고 물어보니까 화내면서 안읽씹하라고 하는 거야
친구 셋은 이런 반응이었어
너가 읽씹하니까 삔또 상해서 저렇게 보낸거 봐
지가 저렇게 보내면 너가 무슨 반응이 있겠지 하고 보낸 게 뻔히 보여
그 말을 들으니까 엥? 그런 거야? 저 사람 나한테 사과하려고 보낸 게 아닌 거야? 싶어서 빡치는 거야
그런데 어제 ㅇㅅ한테 이걸 보여줬더니 ㅇㅅ이는 저렇게 고심해서 장문으로 사과톡 보낸 거 보면 쌉쓰레기는 아니고 일말의 양심은 남아있네 라고 하더라고
그래서 내가 너도 순진하구나... 하고 다른 친구들은 이렇다던데 하고 말하니까 ㅇㅅ이 아래처럼 답을 보냄
마지막 말을 읽는데 이게 되게 위로가 되는 거야
그렇잖아
그 사람의 진심은 결국 본인만 아는 걸 텐데 내가 그걸 의심해봤자 그건 무의미한 일일뿐더러 그로 인해 상대를 미워하고 상대에게 화를 내봐야 나만 감정적으로 힘들고 결국 내 손해잖아
차라리 상대가 내게 사과를 했구나 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상대를 미워하지 않는 게 더 마음 편하고 행복하지
다른 친구들이 화를 내준 것도 물론 고마워
걔네는 나를 소중히 여기니까 화를 내주는 거지
내가 걱정되니까 누군가의 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말라고 조언을 해주는 거고
하지만 때로는 조금 순진할 필요도 있는 것 같아
다른 사람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서
ㅇㅅ하고 대화를 나누다 보면 뭐랄까 얘는 감정적으로 참 성숙하구나 싶어서 깜짝깜짝 놀랄 때가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