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님이 의미 없이 보낸 카톡에 나는 또 계속 작가님 생각을 하는데

만난 당일에 '다음에 만날 때 엽서를 주겠다'고 한 것도 아니고 그 다음 날 한 것도 아니고 왜 며칠 지나고 나서 연락을 했지? 왜 굳이 일부러 연락까지 했지? 주말에 심심했나 아니면 그날 딱 엽서가 눈에 띄었나 아니면 생일선물을 받았으니 뭔가를 좀 돌려줘야 한다고 생각하나?

언제 만나지? 6일? 8일? 6일도 시간은 되는데 그때 아직 피부 붉은기가 심할 텐데 그럼 8일? 아니면 16일? 23일은 너무 늦어지는 느낌이고 아니면 작가님은 피부는 별로 신경 안 쓰는 것 같으니까 그냥 6일에 만날까? 근데 만나서 엽서만 받고 헤어지진 않겠지? 같이 카페 가려나? 그러면 6일은 다음 날 출근해야 하니까 마음 편하게 8일이 나으려나? 그러면 목요일에 앞머리도 자르고 손톱도 자르고 얼굴 각질 제거도 좀 해야겠다

옷은 뭐 입지? 이번에 새로 산 흰치마에 소라색 브이넥 반팔 카디건 괜찮나? 치마는 월요일에 바로 세탁소에 길이 수선 맡겨야겠다 신발은? 저번에 신었던 샌들 또 신어? 아니면 그냥 흰색 스니커즈가 나을까? 근데 반팔 카디건 팔 길이가 어땠더라 팔뚝살 가려지나 나 요즘 너무 많이 먹어서 살 쪘을 텐데 운동 못 간 날도 많았고 근데 이렇게 꾸미고 연락했는데 작가님이 그날 시간 안 된다고 하면 어떡하지

내 머릿속은 빙글빙글 돌아가는데 작가님은 아무 생각 없이 엽서가 많으니까 나눠줘야겠다 하고 연락한 것일 게 분명해서 그래서 빡침

나만 애타고 나만 안절부절못하고 이 양반은 아무 티셔츠에 쪼리 신고 나올 텐데 어쩌면 만나서 엽서만 전해주고 헤어질지도 모르는데 나는 그래도 한순간이라도 예뻐보이고 싶어서 나에게 아무 감정도 없는 사람에게 그런 자신이 비참하고 허무하고 빙글빙글빙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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